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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사의 寫意

①외형보다는 내재적인 정신이나 의취(意趣)를 표현하는 것. 동양화에 있어서 사실(寫實)을 의미하는 ‘형사(形似)’와 대조되는 용어이다. 송대(宋代)에 수묵화*가 극도로 발전하게 되면서 정립된 개념으로, 물상(物象)의 이치와 섭리를 터득하고 흉중구학*의 경지를 표출해 내는 것을 이른다. 송대의 문인 소식蘇軾(쑤 스, 1036~1101)은 “형사로만 그림을 논하면 식견이 아이들과 다름없다”고 말함으로써 형사보다 사의를 중요시했다. 즉 문인화가들은 회화 창작시 회화상에 사의가 내포되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는데, 이러한 송대의 문인화*론(文人畵論) 전개 과정 속에서 사의는 중요한 개념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의 문인화가들도 중국 문인화론의 영향 속에서 이러한 경지를 획득하는 것을 회화창작의 목표로 하였다.
②동양회화 기법 용어. 속칭 조필(粗筆)이라 하며 공필*과 대비되는 말이다. 조방한 필묵을 사용하여 간략하게 대상의 형상과 신운(神韻)을 그리는 화법을 이른다. ‘사(寫)’는 대상의 형체를 표출해 내는 것이고, ‘의(意)’는 객관대상의 정신과 본질을 담아내는 것이다. 나아가 작자의 문화소양과 정신기질을 표현해 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의는 인물이나 산수, 화조화*를 그릴 때 사용된다. 남송南宋의 양해梁楷(량 카이), 법상法常(화 츠앙)과 명대(明代)의 진순陳淳(츠언 쉰), 서위徐渭(쉬 웨이), 청대(淸代)의 주답朱耷(주 따) 등이 이 기법에 뛰어났다. 송대(宋代)의 한졸韓拙(한 주어)은 “붓을 놀리는 데는 쉽고 간단하게 하면서도 뜻을 완전히 표출해내는 것이 있고, 교묘하고 치밀하여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는데 전자가 바로 사의를 가리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