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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원주 圓柱 column(영)

원통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직립해 있는 건축상의 지주. 대개는 길고, 비교적 가는 주신, 주초(柱礎), 그리고 주두*로 이루어져 있다. 원주는 처음부터 대부분 건축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고전적 정신이 고양되던 시대에는 독립적인 기념 건조물로 쓰여졌다. 건축 기술이 단순한 벽면의 축조 이상을 요구하게 되면서 원주는 건축의 이차적 주제 가운데서 가장 다양한 특징들을 건축에 부여하였다. 결국 벽면과 원주 사이의 관계는 여러 시대 상이한 건축의 미적 특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벽면은 연속적이고 평평하게 펴진 것이 특징인 반면, 원주는 불연속적이며 둥글다.
건축에서 원주를 대규모의 기능적인 용도로 처음 생각해낸 것은 이집트인들이었다. 이집트의 건축에서 가장 특징적인 원주의 사용법은 거대한 다주식 홀에서 볼 수 있는데, 원주의 열(列)이 사원의 신전에 대한 의식(儀式)적인 접근이 되도록 하였다(제 18왕조). 크레타와 미케네에서는 일반적으로 목재 원주가 사용되었다. 그 특징적인 형태는 정상적인 원주와는 반대로 아래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면서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원주에 홈이 새겨져 있다. 미케네에서는 대리석에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장식적인 반(半) 원주가 사용되었다.
원주의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세련된 양식은 고전적인 그리스 건축가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엔타시스*라는 곡선이 원주에 특징적으로 도입되었다. 원주를 건축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로 다루면서 원주를 형성하는 각 부분, 원주의 높이에 따른 두께, 홈의 수, 주간(柱間) 사이의 관계, 원주와 계단의 관계, 주랑(柱廊)으로 둘러싸인 내부 구조와 원주의 관계, 원주의 직경과 높이의 비율 등이 세심하게 다루어졌다.
로마시대의 원주는 그리스와 이집트의 원주가 평평한 엔타블러처*를 일정하게 지탱하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아치* 열을 지탱하는데 사용되었다. 중세 건축에서는 교회 건축의 발달과 함께 원주의 사용이 거의 대부분 내부에 제한되어 사용되면서 고전적인 정확성이 사라졌다. 따라서 그리스의 엄격한 원주 비율이 자유롭게 다루어지면서, 축소된 원주가 꼬이기도 하고 모자이크* 문양이 원주의 표면에 장식되기도 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다시 원주에 대한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인 기본 원리에 관심을 두고 고전적인 전통을 계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