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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

사경 寫經 hsieh-ching(중)

경전(佛典; 經, 律, 論, 疏 등)을 베껴 쓰는 일, 또는 베껴 쓴 불전을 통칭하는 말. 즉 사경은 경율, 논의, 삼장 곧 대장경, 일체경(一切經)이라 통칭되는 불교경전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 때로는 위경(僞經)도 포함된다. 초기의 사경은 불경을 후손에게 전하거나 독송하고 연구하기 위하여 서사(書寫)한 것을 말하나, 목판화*의 유행으로 사경의 목적을 상실한 이후부터 부모를 비롯한 조상의 공양, 국태민안의 기원 등 ‘서사의 공덕’이라는 신앙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중국에서는 인도 불교의 불전을 베껴쓰는 관습을 본떴으며, 한역(漢譯) 불전이 유포되었던 3세기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당唐에서 송대(宋代) 무렵까지의 유품을 보통 ‘고사경(古寫經)’이라고 부른다. 청대(淸代) 말기에 서역으로부터 많은 사경이 발굴되었고, 대부분은 돈황*의 막고굴에서 나온 것이다. 용지는 마지, 곡지, 저지 등이며 체제는 대개 두루마리*로 된 권자본(卷子本)이다.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불교수용과 함께 사경이 유래되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사경은 ‘서사의 공덕’을 강조한 것이 대부분이다. 최고(最古)의 사경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의 《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권43이다. 고려시대에는 화려한 장식경이 주류를 이루는데, 겉표지 그림에는 보상당초문을, 안표지에는 경전의 내용을 쉽게 묘사한 변상도*가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사경의 형상은 절본(折本)이 많으며, 용지는 감지, 상지, 자지, 홍지, 갈지, 마지 등이 쓰인다. 특히 고려시대의 사경은 불상복장이나 탑사리의 내용물이 신앙적인 의미를 지닌 사경이었다. 고려사경의 우수성은 충렬왕 이후에 원元나라에서 사경승과 경지를 요구한 여러 문헌과 비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